선거를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자주 떠오른다. 특정 후보나 정당이 선거에서 이겼을 때 수혜를 입을 기업의 주식을 찾는 것이다. 정치 테마주의 관건은 누가 선거에서 이길 지를 예측하는 것이다. A후보가 당선될 것 같다면, A후보 테마주에 돈을 넣어서 수익을 내는 전략이다.
'지지'와 '당선 가능성'은 다르다
'지지'와 '당선 가능성'
지지와 당선가능성은 다르다.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지와 당선 가능성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지지는 해당 후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나, 투표에서 뽑을 의향이 있는 것을 말한다. 한편 당선 가능성은 말 그대로 당선될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지와 당선 가능성을 헷갈려 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고 부풀려서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치성향은 '끼리끼리' 문화가 강하다. 민주당 지지자는 주변에 민주당 지지자가 대부분이고, 국민의힘 지지자 주변에는 국민의힘 지지자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나 선거 결과를 두고 자기 주변의 여론과 다르게 나오면 '여론 조작'이라거나 '부정선거'라고 주장한다.
많은 부정선거론자들의 주장은 '내 주변에는 다 OO당 욕하는데 XX당이 뽑히다니 이건 조작이다!'라는 식이다. 이건 좌우, 여야, 보수-진보를 가리지 않고 공통적이다. 특정 정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병의 공통사항이다. 2003년 대선(노무현 당선), 2012년 대선(박근혜 당선), 2020년 총선(민주당 승리)에서 부정선거론이 제기되었다.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 좌파 성향 사이트에서는 '저렇게 국민의힘 지지율이 높을 리가 없다!'고 날뛰고, 우파 성향 사이트에서는 '저렇게 민주당 지지율이 높을 리가 없다!'면서 난리를 친다. 진짜 공정한 언론, 공정한 여론조사는 양쪽 모두에서 욕을 먹는 법이다.
이와 비슷한 다른 사례도 있다. 현실적인 예측을 하면 그것을 지지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어떤 정치 평론가가 'A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을 하면 이는 당선 가능성 차원에서 말한 것이다. 그러나 일부는 이를 지지로 받아들인다. 예를 들어 2016년 미국 대선에서 어떤 평론가가 당시 대세와 달리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자, 민주당 지지자들은 그가 '트럼프를 지지한다', '인종차별주의자다', '포퓰리스트다' 라며 비난했다.
지지와 당선 가능성을 구분하면 당선 가능성의 예측력을 높일 수 있다. 특정 후보나 정당을 열렬히 지지할수록 당선 가능성을 예측하기는 더욱 힘들다. 과도한 정치적 신념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만든다.
홍준표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나는 여기서 내 정치성향이나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겠다. 재테크와 자기계발을 다루는 블로그에서 굳이 정치병자와 정치 분쟁을 일으키고 싶지 않다. 결론부터 말하면 난 홍준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본다. 이 말은 내가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다. 홍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트래픽이 높은 후보
홍 후보는 긍정적으로나 부정적으로나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후보다. 직설적인 화법은 누군가에게는 사이다고 누군가에게는 막말이다. 그래서 그는 호감도도 높고 비호감도도 높다. 기자 입장에서는 기사를 써서 조회수를 높이기도 좋은 인물이다. 그의 말 한마디는 언론에 보도되기 좋고, 그 기사를 보고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서 잘잘못을 따진다.
이런 트래픽은 홍 후보의 '단순노출효과'를 높인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언론에 자주 노출되고, 다른 사람들의 입에 이름이 자주 오르내리면 사람들에게 그 후보가 익숙해진다. 비호감도가 높으면 당선이 어려울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비호감도가 높으면서 당선된 대표적 사례다.
윤석열, 최재형 후보 거품론? 홍준표의 경력
현재 야권 후보 중 가장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이는 후보는 윤석열 후보다. 전 검찰총장으로서 정부와의 대결구도가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최재형 후보도 전 감사원장으로서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관심을 모았다. 둘 다 원칙주의적이고 강직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윤석열, 최재형 후보는 정치경험이 없다.또한 둘 다 사법기관에서만 몸 담았던 사람이기에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으로서 능력은 알 수가 없다. 검찰총장이나 감사원장으로서는 좋은 인물이었다 해도 대통령으로서 또는 정치인으로서 어떨지는 알 수 없다. 이는 윤 후보과 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예측하는 데 있어 가장 불확실한 요소 중 하나다.
다른 후보들이 총리, 장관, 지자체장 등을 하면서 어느 정도 행정 능력을 검증 받았거나 한 차례 고강도의 검증을 거친 것과는 대비된다. 상대측의 정치 공작과 네거티브 공세에 '정치인으로서' 대응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나 메시지를 관리하고, 공약을 가다듬고 선동하는 역량은 부족할 수 있다. 더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윤석열, 최재형 후보가 고건 전 총리,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안철수 대표 같은 길을 걷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다르다. 검사 출신이지만, '정치 경력'도 다른 후보와 다르다. 정치 경력뿐 아니라 행정 경력도 있다. 유승민 후보가 정치 경력은 많아도 지자체장이나 장관 등 행정 경력이 부족하고, 윤석열 후보나 최재형 후보가 정치 신입인 것과는 대비된다. 그것이 실제로 "좋은 대통령이 될 것인가?"와는 별개의 문제다. 어쨌든 대중에게 홍 후보의 경력은 '어필할 수 있는 요소'다.
대선까지 1년 여 남은 시점에 윤 후보나 최 후보처럼 정치 신입은 검증의 과정을 거치면서 지지율이 꺾일 가능성이 있다. 반면 홍 후보는 수 차례의 선거 과정에서 각종 논란과 사건사고를 이미 겪어왔다. 홍 후보가 윤 후보나 최 후보에 비해서 그에 대한 내성만큼은 훨씬 더 강할 것이다.
지지율 추세, 역선택 vs 중도 확장성
최근의 대선주자 지지율 추세를 보면 홍준표 후보의 상승세가 도드라진다. 민주당 지지율 2위인 이낙연 후보의 지지율 상승 추세가 약간 횡보인 것과 달리 국민의힘 지지율 2위인 홍준표 후보는 최근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일시적인 흥행일지, 추세 전환의 시작일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국민의힘 당내에서는 홍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가 역선택인지, 중도 확장성인지 논란이다. 민주당 지지자가 윤석열 후보보다 상대하기 만만한 홍준표 후보를 최종 후보로 만들려고 지지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 홍준표 후보 측은 호남 지역과 젊은 층에서의 지지율 상승은 중도 확장성이며, 이는 최종 선거에서 중요한 경쟁력이 될 거라고 주장한다.
만약 지지율 상승 추세가 단순히 역선택 때문이라면 홍준표 후보는 최종 대선 대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할 것이다. 하지만 중도 확장성이고 대중에게 실제적으로 홍준표 후보가 어필되고 있다면 경합 내지는 홍준표 후보의 당선이 될 것이다. 이는 불확실한 영역이다.
결론 : "정치 테마주 하지 말자"
정치 테마주는 정치에 관한 '투자'가 아니라 정치를 가지고 하는 '토토'다. 현재의 모든 변수가 다 나비효과처럼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그 모든 변수를 다 꿰뚫더라도, 각각의 변수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수많은 변수가 있고 그 변수는 모두 예측할 수 없이 변한다.
홍준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예측할 때도 마찬가지다. 여러 변수를 고려했을 때 홍준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보지만, 내가 놓친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 또는 새로운 변수가 떠오를 수도 있고, 어떤 변수가 크게 변형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홍준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다시 한 번 말하지만 당선 가능성과 지지는 별개의 문제다), 섣불리 그의 당선에 '베팅'하지는 않는다. 그 불확실성을 알고 인정하기 때문이다. 모든 정치 테마주가 마찬가지다. 선거 결과나 특정 정치인의 행보는 예측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사람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대선 출마 포기 선언, 안철수 대표의 대선 토론회 참패,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을 예상치 못했다. 이 모든 것이 당선가능성을 따지는 데 필요한 '변수'들이다.
대선은 1년이 남았고 그 사이에 수많은 변수가 있을 것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세가 기울거나 전혀 예상치 못한 다크호스가 떠오르기도 할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뚫고 정치 테마주를 성공하긴 매우 어렵다. 기본적으로 투자는 기대가치가 높은 곳에 투자해야 한다. 정치 테마주는 성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기대가치도 생각보다 높지 않다. 자신의 예측 능력을 과신하지 않고, 기업의 가치에 집중하는 투자가 필요한 이유다.